어머니! 오늘도 불러봅니다.
- 글번호
- 349294
- 작성자
- 민병재
- 작성일
- 2024.06.21 08:39
- 조회수
- 301
- 공개여부 :
- 공개
어머니 2 / 粹娥민병재
노성산 기슭의 빨간 기와집
어머니는 서둘러 저녁상을 치우신다
부엌에 잘 간직한
설명절에 남은 떡과 감주를 꺼내오신다
긴긴밤을 위해
등잔에 기름을 채우신다
윗마을 아랫마을
아주머니들이 마실을 오신다
아주머니들은
따듯한 구들장 알음 목에
등잔불을 둘러싸고 심각한 얼굴들이다
어제 다 읽지 못한
심청전의 심 봉사가
눈을 뜨는 순간이 오늘 펼쳐진다
어머니는
심청전과 돋보기를 서랍에서 꺼내신다
문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등잔불이 춤을 춘다
우두득 우두득
지붕 밑에 고드름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입춘은 왔는데도
매서운 찬 바람은 쉴새 없이
우~ 우~ 문풍지를 울린다
새벽이 올 무렵 드디어
심 봉사의 눈을 뜨는 감격의 순간이다
아주머니들은 기어코 행복한 얼굴들이다
올해 구십이 되시는
우리 어머니
어머니는 이렇게
긴긴 겨울밤에
글을 깨우지 못하신 아주머니들을 기쁘게 하셨다
2019년
노성산 기슭의 빨간 기와집
어머니는 서둘러 저녁상을 치우신다
부엌에 잘 간직한
설명절에 남은 떡과 감주를 꺼내오신다
긴긴밤을 위해
등잔에 기름을 채우신다
윗마을 아랫마을
아주머니들이 마실을 오신다
아주머니들은
따듯한 구들장 알음 목에
등잔불을 둘러싸고 심각한 얼굴들이다
어제 다 읽지 못한
심청전의 심 봉사가
눈을 뜨는 순간이 오늘 펼쳐진다
어머니는
심청전과 돋보기를 서랍에서 꺼내신다
문틈으로 스며드는 바람에
등잔불이 춤을 춘다
우두득 우두득
지붕 밑에 고드름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입춘은 왔는데도
매서운 찬 바람은 쉴새 없이
우~ 우~ 문풍지를 울린다
새벽이 올 무렵 드디어
심 봉사의 눈을 뜨는 감격의 순간이다
아주머니들은 기어코 행복한 얼굴들이다
올해 구십이 되시는
우리 어머니
어머니는 이렇게
긴긴 겨울밤에
글을 깨우지 못하신 아주머니들을 기쁘게 하셨다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