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주년 기념 추모의 글 응모
- 글번호
- 345697
- 작성자
- 서형호
- 작성일
- 2020.04.19 00:29
- 조회수
- 1496
- 공개여부 :
- 공개
형식: 자유시, 고인: 이기용 장로, 작성자: 손자 서형호(010-6507-2398)
제목: 할머니의 남편, 나의 할아버지
지은이: 서형호
여보 반찬거리 마련하려
여름날 냉동실에 가둬 놓은 밴댕이,
아직 두눈 부릅뜨고
몇달 전 주문한 한약들
뜯지도 않은채 켜켜이 쌓인 먼지 위로,
유통기한만 3년 남아있어요
나라 안팍으로 어수선 하기만 한데
이제 우유통에는 신문도 없고,
당신 방에서는 뉴스 소리가 들리질 않아요
긴긴 해가 들어왔다 이내 지고
달무리 마저 물러가면,
방안에 가득찬 어스름 한번
십자가 옆 당신 사진 한번
괜히 당신 침대에도 한번 누워 봤어요
투닥투닥 쏜살같이 흐른 몇 십년의 세월
오늘 나의 하루와 같이 빨랐노라면,
당신은 천국에서 다시 돌아보는지
하나님 곁에서 잘 있는건지
주일 아침,
당신 손자 당신 방에 들어왔어요
이제 안산에서 나랑 지내겠대요
방도 즐겁게 새 단장을 해요
작년 8월 달력을 떼고,
푹 꺼진 침대를 새로 뒤집고,
십자가 같이 생긴 청소기로
묵은 죄, 묵은 때 모두 깨끗이 씻겨내려가요
제목: 할머니의 남편, 나의 할아버지
지은이: 서형호
여보 반찬거리 마련하려
여름날 냉동실에 가둬 놓은 밴댕이,
아직 두눈 부릅뜨고
몇달 전 주문한 한약들
뜯지도 않은채 켜켜이 쌓인 먼지 위로,
유통기한만 3년 남아있어요
나라 안팍으로 어수선 하기만 한데
이제 우유통에는 신문도 없고,
당신 방에서는 뉴스 소리가 들리질 않아요
긴긴 해가 들어왔다 이내 지고
달무리 마저 물러가면,
방안에 가득찬 어스름 한번
십자가 옆 당신 사진 한번
괜히 당신 침대에도 한번 누워 봤어요
투닥투닥 쏜살같이 흐른 몇 십년의 세월
오늘 나의 하루와 같이 빨랐노라면,
당신은 천국에서 다시 돌아보는지
하나님 곁에서 잘 있는건지
주일 아침,
당신 손자 당신 방에 들어왔어요
이제 안산에서 나랑 지내겠대요
방도 즐겁게 새 단장을 해요
작년 8월 달력을 떼고,
푹 꺼진 침대를 새로 뒤집고,
십자가 같이 생긴 청소기로
묵은 죄, 묵은 때 모두 깨끗이 씻겨내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