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3일, 사랑하는 어머니의 1주년 기일을 맞이하여]

글번호
349052
작성자
민병호,민병재,민승희,민경자,민소정,민병묵
작성일
2024.04.13 04:41
조회수
66
[2024년 4월 13일, 사랑하는 어머니의 1주년 기일을 맞이하여]

사랑하고 그리운 어머니!
오늘이 어머니가 저희 곁을 떠나가신 지 1주년입니다.
날이 갈수록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우리 육 남매 오손도손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무엇이 그리도 급하셨는지 젊으신 아버지가 너무나 일찍이 저희를 남기고 떠나셨지요.

지금 생각하면,
홀로 되신 어머니의 슬픈 마음과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된 육신을 헤아리지 못한 철부지 자식들이 부끄럽고 후회가 막심합니다.
겉으로는 강하신 듯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지만 수많은 날을 가슴으로 흐느끼며 오로지 어린 자식들을 위하여 희생을 하셨지요.

사랑하는 어머니!
사랑하는 아버지!
지금은 두 분이 만나서 젊어서 못다 한 행복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려서 저세상으로 떠난 우리 사랑하는 동생들 '진'이와 '경'이도 잘 보살펴주세요.

매주 일요일이면 어머니와의 긴 통화로 즐거웠던 그 시간들이 애절하게 그립습니다. 요리하다 모를 때면 레시피를 여쭙고 밭에서 일하다가 모르면 어머니께 여쭈면 좋은 방법을 알려주셨지요. 지금도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데 이젠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속이 상하고 슬픕니다.

그리운 어머니!
2002년 1월 25일 추운 겨울날,
어머니가 세 번째로 독일에 방문하셨을 때 어머니 혼자서 슈퍼에서 소고기와 빨갛게 만개한 선인장을 사 오셔서 큰딸 생일이라고 끓여주신 그 미역국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선인장은 해마다 예쁜 꽃을 피우고 지난주부터 봉우리가 맺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너무나도 용감하고 장하셨습니다. 저희 과수원에서 나무에 오르셔서 과일을 따시던 그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2022년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방문했을 때,
6주간을 어머니와 같이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원룸에서 마음대로 요리할 조건이 못되고 어디서 무엇을 구할 수 있는지조차 몰라서 매우 속이 상했습니다. 어머니가 배가 고프다고 "어데 가서 빈대떡이라도 사 오라"고 하셨을 때 너무나 슬펐습니다. 결국은 겨우 두 밤을 어머니와 지냈지요. 저의 미약함에 모든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어머니께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발전한 한국 디지털 시스템에 버스도 시장도 혼자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제가 완전히 바보가 된 심정이었으며 한국이 저에게는 낯선 나라가 되었다는 현실에 슬펐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어머니와의 마지막인 것을 알았더라면 제가 더욱 용기를 내서 어머니께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 뿐입니다.

지금도 이곳 한인들은 어머니와의 성경 공부 시간을 되돌아보며 훌륭한 어머니셨다고 모두 얘기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사랑하는 아버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젠 아픔도 걱정도 없는 평화의 세계에서 편히 쉬세요.
저희 6남매와 가족들도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2024년 4월 13일, 토요일
어머님의 1주년 기일을 맞으며
큰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