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할어버지의 엔딩엔 제가 서있을게요

글번호
347007
작성자
김하린
작성일
2022.04.30 23:40
조회수
339
할아버지, 이 세상에는 엔딩크레딧이 없대요.누군가 사라지면 세상이 막을 내리고 끝나는 게 아니니까요.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늘 하던대로 밥을먹고,학교를가고,교회를갔어요. 우리가족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 견고하게 서있어요. 우리가족 진짜 멋있죠? 할아버지가 보시면 분명 좋아하실거에요.사람들은 누군가 죽으면 그 사람의 모든 흔적을 잊고 새롭게 출발하려고 해요. 그런데 저는 할아버지을 지우고싶지 않아요. 할아버지를 오래오래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싶어요. 꽃이피면 할아버지랑 나비정원에 갔던 기억이나요. 교회가는길에 있던 개나리를보고 예쁘다고하셨던 할아버지 생각이나요. 장마가시작되면 낡은 선풍기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던 그 어린 날들이 떠오르고요. 단풍잎이 떨어질 즈음엔 불암산 단풍을보고 멋있다며 저에게 보여주시던 할아버지가,또 눈이내릴땐 미끄러우니 뛰지말라고 말해주시던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요. 제가 가는모든 곳엔 할아버지가 있어요. 또 이제 제가 갈 모든 곳에도 할아버지가 함께해주실거라고 믿어요. 할아버지의 삶은 좀 어떠셨나요. 할아버지의 엔딩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전부 담겨있나요.사람들은 하이라이트만 궁금해하겠지만 저는 이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 묵묵하게 할아버지의 엔딩을 지켜볼래요.관객으로써 어쩌면 조연으로써 할아버지를 가장 빛낼 수 있는자리에 서 있고 싶어요.제 삶의 부분이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언젠가 찾아올 저의 엔딩에도 함께해주세요. 사랑하면서 기다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