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왔어 엄마

글번호
346956
작성자
정수현
작성일
2022.04.17 02:12
조회수
311
엄마 벌써 4월 중순이야.
벚꽃도 개나리도 다 피고 이젠 진짜 봄이야.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러간 개천이 가까이에 있는데도 안보러갔어. 아직은 못 보겠더라고.
벚꽃피기 전에도 그 길은 걷기싫었는데
벚꽃 피니까 엄마 생각이 더 많이 나는거 있지?
그래서 이번년도엔 안갔어.
우리 배여사 작년에 벚꽃구경하면서 진짜 좋아했었는데
왜 흔한 꽃다발 한번 사주지 못했을까.
그렇게 꽃을 좋아했는데.

엄마 거기선 잘 지내고 있지?
문득 엄마가 없다는게 체감될 때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아.
너무나도 보고싶다.
왜 엄마가 떠나는 그 순간에도 안아주지 못했을까 너무 후회되고 후회돼. 손도 좀 꼭 잡아줄걸.
영영 보지못할걸 알았는데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을까
더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해줄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후회만 가득해.

나는 솔직히 아직 너무 힘들어. 다들 괜찮냐고 물어보지만
약을 먹지않으면 잠이 안와서 밤을 새고, 무기력하게 처져있어서 의욕을 높여주는 약을 처방받았어.
이렇게 약으로 사는게 의미가 있는건지 나는 잘 모르겠어.
우울하게 처지지않으려 많이 노력해.
재밌는 걸 보려하고 웃긴 걸보며 웃으려하지.
출근하기도 싫고 그냥 하루종일 잠만자고 싶어.
아침마다 등은 결리고 몸에 마비가 와.
일상생활은 망가졌고 당겨쓴 휴가도 이제 거의 다 써가.
나는 잘 모르겠어 엄마. 이게 사는건지.
눈뜨면 보내는 하루하루가 의미가 없어. 딱히 즐거움도 없고.
그래서 나는 살아갈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중이야.
아직 동기부여가 되지않지만 언젠간 찾아지지않을까?
엄마 내가 나약해지지않게 도와줘.
나쁜 마음이 들지않게 도와줘.

다음에 또 찾아올게. 그땐 밝은 내가 되어서 엄마한테
기쁜 소식들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매일매일 사랑해.
그곳에선 편안하길.